“내색은 안 했지만 실은 이륙 직전까지 마음속 부담이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륙하고 사천 상공에 떠오른 뒤부터는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해진 경로대로 비행했습니다.”

지난 19일 경남 사천에서 이뤄진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첫 비행 시험을 성공한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 소속 안준현 소령(공사 54기)이 인터뷰하고 있다./방위사업청/연합뉴스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이하 52전대) 소속 안준현(40) 소령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을 몰고 이륙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안 소령은 시험비행 성공 이후 쏟아진 관심에 대해 “착륙 이후 너무도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다”며 “KF-21 개발과 시험비행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분께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안 소령이 조종한 KF-21 시제 1호기는 19일 오후 3시 30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이륙, 약 33분간 비행을 마치고 오후 4시 13분 착륙했다. KF-21의 첫 비행 성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3월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이후 21년 4개월 만의 쾌거로, 이로써 한국은 세계 여덟 번째로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됐다.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1호기 보라매가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역사적인 이륙을 하고 있다./방위사업청 제공

공군사관학교 54기인 안 소령은 2006년 공군 소위로 임관한 뒤 제17전투비행단에서 F-4 팬텀 조종사, 제3훈련비행단에서 국산 기본훈련기 ‘KT-1′ 비행 교관으로 근무했다. 2016년 52전대 개발시험 비행조종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개발시험 비행조종사는 KF-21을 포함해 새로 개발된 항공기나 무장·장비 등의 시험비행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공군 전력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했다.

안 소령은 지난해 공군과 KF-21 개발 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KF-21 최초 시험비행조종사 후보를 각 2명씩 선발할 당시 공군 몫 조종사로 선발됐다. 총 비행시간과 시험비행 경험, 근무평정 점수 등이 반영됐다고 한다. KF-21의 첫 시험비행은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됐다. 안 소령은 “세세한 계통 교육부터 조종 절차 숙달 훈련, 모의 임무 수행 훈련 등 쉼 없이 반복 숙달 훈련을 진행했다”고 했다.

항공기 비행제어법칙을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비행 특성을 파악하는 장비인 ‘조종성 평가 시뮬레이터’(HQS), 정상 및 비상 처치 절차를 숙달하는 ‘조종실 절차 훈련장비’(CPT) 등이 훈련에 활용됐다. 이후 안 소령은 지난달 최초 시험비행조종사로 선발됐다. 그는 “(시험비행을)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훈련 장비와 시뮬레이터로 훈련했던 노력의 과정을 믿고 안전하게 비행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경남 사천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했다. KF-21 조종사 안준현 소령이 엄지를 세우며 시험비행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뉴시스

안 소령은 착륙 직후 동료들에게 “훈련을 많이 했는데 훈련한 것과 비슷하게 기체가 움직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조종사로서 (KF-21이) ‘안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륙 시 출력과 가속력이 우수했고 부양 조작 시에도 어려움 없이 원하는 조작으로 이륙이 가능했다.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고 착륙 충격도 매우 적었다”고 했다. 그는 “이륙 순간이 가장 부담되긴 했지만 조종간을 당기면서 느껴진 뭉클한 감동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은 향후 체계 개발이 마무리되는 2026년까지 KF-21 시제기 6대에 대해 총 2200여 회의 시험비행을 진행하고 성능 검증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안 소령은 “최초 비행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며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종 비행 시험까지) 2000여 회 시험비행을 안전하게 완료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첫 국산 전투기인 KF-21 시제 1호기 ‘보라매’가 19일 오후 4시 13분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번 비행 시험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가 됐다./방위사업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