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가 한국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무기 도입 계약을 27일 체결했다. 이들 K방산 3종 세트의 1차 수출액만 10조원, 향후 10년여간 3차에 걸친 수출액을 모두 종합하면 최종적으로는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5월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고, 6월 스페인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 협력을 논의한 지 2개월 만에 전례 없는 대규모 성과가 나온 것이다. 향후 방산 수출에서 중동·아시아는 물론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FA-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를 비롯해 K2 전차 980대와 K9 자주포 648대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방부 건물에서 진행된 계약 체결식에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아르투르 쿱델 군비청장 등 폴란드 정부 관계자와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등 국내 방산 업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폴란드로 수출될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K9 자주포는 한화디펜스, FA-50 경공격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각 생산하고 있다.
폴란드가 대규모 무기 조기 도입에 나선 이유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전력 공백이 생긴 탓이다. 당초 폴란드는 미국 항공기와 독일 전차 도입을 우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한국산을 택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체결식에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해 지상, 공중 전력 공백을 채워야 했다”며 “기술, 가격, 도입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무기 체계가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폴란드 측에 따르면, K2 전차 도입은 2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폴란드 측은 우선 1차로 K2 흑표 전차 180대를 도입하고, 2차로 기술 이전⋅부품 조달 등을 통해 K2PL(폴란드형 K2) 800대를 현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K-9 자주포는 1단계로 올해 48문을 수입할 예정이며, 이후 2024년부터는 600문을 자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K-9 자주포의 경우 (국제적으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어 빠른 도입이 결정됐다”고 했다.
FA-50은 2023년 중반까지 12대가 우선 인도되며, 폴란드 측은 추후 총 48대를 인도받을 계획이다. 우리 국산 군용기가 유럽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AI 측은 최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공격기 수요가 크게 높아진 만큼 이번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국가는 대부분 옛 소련제 미그-29 전투기나 이탈리아 M-346 공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으로 알려졌다.
KAI는 향후 폴란드 현지에 조종사 양성을 위한 국제비행학교를 건립할 계획도 밝혔다. 동유럽 국가에는 조종사 양성 교육기관이 부재해 대부분의 조종사가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한국의 FA-50은 가볍고 미국산 F-16을 기반으로 하는 다목적 무기로 우리는 잘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FA-50은 기술 효율성이 85%에 이른다”고 평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계약 체결 사실을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밝히며 “한국과의 무기 계약은 최근 수년 사이의 가장 중요한 국방 분야 결정 중 하나다. 주문한 장비는 폴란드의 억지력과 방어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는 한국 기업을 대표해 소감을 밝히며 “우리나라와 동일한 무기 체계를 사용하면서 양국 간에 유대 관계가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