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거쳐 3일 밤 한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4일 카운터파트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펠로시 의장의 4일 오후 일정이 다소 유동적이나 JSA를 찾아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은 일단 계획돼 있지 않지만,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전격 면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의 JSA 방문 추진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방문(4월 30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감행한 대만 방문(8월 3일)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펠로시 의장의 우크라이나·대만 방문이 러시아·중국의 침략주의·반인권에 대한 경고였듯 판문점 방문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와 인권 탄압을 고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회동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3일 “펠로시 의장 방한 일정이 윤 대통령 휴가와 겹쳤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방한한 미 권력 서열 3위의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은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펠로시 의장 입장에선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을 다녀왔는데 회동이 불발될 경우 동맹인 한국에 박대당했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며 “일각에선 한국의 대(對)중국 기조도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한국을 제외한 방문국 정상을 모두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1일),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3일)과 회동했고, 5일 마지막 순방국인 일본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조찬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은 김진표 의장과 회담·오찬을 한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할 예정이다. 오찬에는 각 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함께한다. JSA 방문은 국회 방문 이후로 추진되고 있다. 오후 6시 반쯤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주한 미군 격려 행사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