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일본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한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조속한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진영 대결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인 일본은 한국의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해 함께 힘을 합쳐야 할 이웃”이라 칭했고,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이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윤 대통령은 일본을 과거사적 시각에서 벗어나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적 파트너로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때부터 계승 의지를 밝힌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 등 과거사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큰 틀에서 한일 간 매우 긴밀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에 대해서는 “총리가 직접 가지 않는 선에서 여러 고민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박철희 교수는 “당장 한일 정상이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9월 유엔총회 전까지는 양국이 과거사와 관련해 어떻게 풀어나갈지 구체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배상을 전제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은 전남 순천대 행사에서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압하고 힘이 있으면 타인에게 폭력이 되더라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이날 경축사에서 ‘자유’를 33번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도쿄에서 채택한 합의문.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공식 문서로는 처음 명문화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