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수리남' 주연인 영화배우 황정민, 하정우씨(왼쪽부터)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영화배우 황정민, 하정우씨 등이 출연한 넷플릭스의 시리즈 드라마 ‘수리남’이 공개 닷새만에 글로벌 3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남아메리카의 수리남 정부가 자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진에 대한 법적 조치를 시사했다. 자국을 묘사하면서 마약과 부패에 찌든 부정적 이미지로 일관했다는건데, 우리 외교 당국에 대한 항의도 예고해 경우에 따라 한국과 수리남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리남 수도 파라마리보에 위치한 ‘STVS’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알버트 람딘(Albert Ramdin) 외교·국제경제·국제협력 담당 장관은 1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드라마에서 우리 나라는 마약을 거래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형편없이 묘사됐고(poorly portrayed)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리남은 부단히 노력해 눈에 띄는 변화를 이뤄냈고, 더 이상 마약 국가가 아닌데 묘사가 부당했다”며 항의의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을 제작한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약 350억원을 투입해 만든 6부작 드라마 수리남은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으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 요원(박해수)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밀매조직을 운영하다 붙잡힌 ‘마약왕’ 조봉행씨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 공개된 직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수리남은 온갖 마약 거래가 판치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밀매 조직과 깊게 연루된 국가로 묘사된다. 마약 업자가 대통령궁까지 찾아가 뇌물을 상납하고, 대통령이 마약 업자 요구에 따라 군대 투입을 지시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람딘 장관은 “우리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이제 더 이상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는 고려해야 하지만 이건 우리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negative perception)에 관한 문제다. 이번 드라마로 인해 수리남이 또 다시 나쁜 상황(bad light)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 수리남 외교부는 넷플릭스 등 제작진에 대한 항의 서한을 발송했고, 추가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람딘 장관은 이날 “한국과도 굉장히 좋은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당국자들과 접촉이 있을 것”이라며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나라에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한국과 수리남은 1975년에 수교했는데 1993년 대사관이 철수했고, 현재는 주 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에서 수리남을 겸임하고 있다. 외교부 역시 이같은 기류를 파악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수리남 티저 영상이 공개됐을 때도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촬영은 한국에서 이뤄졌고, 수리남처럼 보여야 할 부분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촬영됐다” “시리즈의 가짜 수리남에 대해 수리남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