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외교의 과오를 돌아보고, 변화한 국제 정세에 맞춰 대북·대미·대중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인터뷰는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확장 억제를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핵 억제력을 동맹국 또는 우방국까지 확장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핵무기뿐 아니라 ‘모든 수단’을 언급한 것은 현 정세를 북한의 핵 도발을 억눌러야 할 상황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다만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밝은 경제적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선 비핵화, 후 경제 제재 해제라는 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밝힌 ‘담대한 구상’에서 제안한 내용의 연장선이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경우 단계별로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으로, 대규모 식량 공급과 발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병원·의료 인프라 현대화 등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는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위 미중 간의 이런 경쟁 틈바구니에서 저희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한다”며 “칩4(미국 주도 반도체 협의체) 예비회담에 참석할 예정이고, 모두에게 필요하고 합당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서도 “북핵 위협에 대응해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 체계”라며 “동북아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한·미·일 안보 협력은 모두 중국이 불편해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한 나라가) 힘에 의한 어떠한 현상 변경을 시도한다고 할 때 거기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연대해서 이를 저지하고 막아야 된다”고 했다.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미국과 맺은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만나지 않은 게 중국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 절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휴가가 예정돼 있었고, 휴가 때문에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은 어렵다고 양국 간에 이미 양해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어떤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사드 추가 배치 대선 공약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를 하기 전 효용성 등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중국이 주장한 ‘3불(사드 추가 중단·미국 MD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정책에 대해서도 이는 전 정권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불에 이어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限)까지 한국의 대외적 선언으로 표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일 관계에 대해선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랜드 바겐 방식’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역사 문제와 경제 문제, 안보 분야까지 모든 어젠다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고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이런 것들과 한일 간의 안보 협력이라든가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