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광주시 국제관계대사(왼쪽)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페이스북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보좌관 출신인 윤여철(59) 광주광역시 국제관계대사가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주(駐)영국대사로 부임할 예정임을 스스로 공개했다. 대통령의 대사 임명장 수여와 외교부 인사 발령 전까지는 지명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외교가 관례를 직업 외교관(career diplomat)이 깨버린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사는 지난 8월 30일 출간된 책 ‘다자외교의 재발견’(박영스토리 刊) 저자 소개란에서 “주이집트 대사를 역임했으며 주영국 대사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영국 대사로 내정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하드카피 뿐만 아니라 알라딘 등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 ‘저자 소개’란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 재외공관장 인사의 경우 아그레망(agrément·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고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임명장을 주는 시점에 대중에 임명 사실이 공개됐다. 영국 대사 자리는 전임 김건 대사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이동하면서 5개월 째 공석(空席)인 상태다.

윤여철 광주시 국제관계대사가 최근 펴낸 저서 관련 '저자 소개'란. "곧 영국 대사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알라딘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윤 대사 임명 사실이 알려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8일에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온 윤 대사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주영 대사로 발령받은 절친 윤 대사가 출국 전 인사차 의원실에 들렀다”며 “유럽외교의 핵인 영국에서 국익을 위해 큰 활약을 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사는 저서에서는 노무현 정부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 내정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을 거론하며 “당시 북미2과장이던 나는 중앙일보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아그레망, 즉 외교사절 파견에 대한 접수국 동의를 받기 전에 내정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벗어나고 상대국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더러… 아쉬운 마음을 밝힌 적이 있다”고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외교 관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대통령 임명장 수여도 전에 임명 사실을 대중에 공개한 것이라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사는 1984년 제18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직업 외교관, 이른바 ‘커리어 디플로맷(career diplomat)’ 출신이다. 국제기구국 산하 유엔과, 북미국, 주미 한국대사관 등 외교부 내에서 양자·다자 외교를 두루 경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총장에 당선되는 과정에 일조해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이후에는 외교부 의전장과 청와대 의전비서관, 주이집트 대사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