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의 우려 해소를 위해 협의를 지속해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내왔다고 대통령실이 5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에서 “IRA와 관련해 열린 마음으로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한미 동맹 강화란 공동 목표 달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했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산 전기차 등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이다.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의회 상·하원을 통과한 법안(IRA)에 대해 미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우리 측 우려에 대해 분명한 이해를 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에서 “IRA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나가겠다”고 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국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이 수행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확신한다”고 했다.
김 수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는 한미 양 정상이 지난달 뉴욕과 런던에서 여러 차례 만나 IRA와 관련해 협의한 바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 우려에 대한 이해를 재차 표명했고,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한국 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따른 한국 기업의 불이익 문제를 ‘동맹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가 11월 초 중간선거 이후 이 법 시행과 관련해 한국을 예외로 두는 쪽으로 법을 손질하거나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IRA 시행에 따른 한국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은 이 문제가 한미동맹 균열 요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을 군사동맹 수준을 넘어 공급망 구축 등 경제안보동맹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 원안대로라면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 행정부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5일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온 사실을 공개하면서 “IRA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진전된 협력 의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영국·미국 순방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의 우려를 전달한 이후 최근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이해한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은 한국 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의미로 본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을 만난 지 10여 일 만에 친서를 보내온 것에는 동맹국 배려 성격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동맹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에 대해서는 동맹 강화를 위해 IRA 시행 과정에서 예외 조항 등을 통해 배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IRA 실행 과정에서 세부 규칙 등을 통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와 관련한 배터리 등 원산지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예외 조항을 마련하거나 시행을 일부 유예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