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 조 바이든 미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 자위대는 6일 동해상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주 대잠수함전 훈련에 이어 사상 최초로 2주 연속 한미일 연합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한국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미 해군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이지스 구축함 조카이함 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하고 표적 정보 공유를 통해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벌였다.

이번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퇴조한 한·미·일 삼각 공조가 완전히 복원된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미 로널드 레이건함 항모강습단은 지난주 훈련을 마친 뒤 일본 해역으로 이동하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 후 회항, 다시 동해로 진입했다. 사전 조율 없이도 북 도발에 대응해 전격적으로 훈련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그만큼 한·미·일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일은 정상, 안보실장, 외교·국방장관 등 각급에서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대면, 유선을 합해 최소 20차례 협의를 가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전 정부에서 중단됐던 한·미·일 외교·안보 협력 대부분이 재개됐다는 의미다.

한·미·일은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진 4년 9개월 만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대응을 위한 삼각 공조 복원과 안보 협력 재개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삼각 협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공조 강화가 불가결하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에서 한·미·일 회담을 “가장 의미가 있는 일정”으로 꼽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3국 외교장관 역시 7월 주요 20국(G20) 외교장관회의, 9월 유엔 총회 등 다자 회의를 계기로 2번 만났다.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로 지역 안정을 해치는 메시지를 내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핵실험 시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외교 차관도 6월 서울에서 한 차례 만났고, 4일에는 통화를 갖고 이달 중 도쿄에서 만나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6일(현지 시각) 열린 안보리 공개 브리핑에서는 한일이 나란히 ‘이해 당사국’으로 참여했고, 한·미·일 모두 장외 성명에 동참해 북한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안보 수장들도 지난달 1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만나 북핵·공급망·국제문제에 대한 3국 공조를 약속했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을 경고하며 ‘확장 억제’ 관련 한·미뿐만 아니라 한·미·일 간 협력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의 경우 북한의 도발이 집중된 지난달 25일부터 6일까지 열흘간 6차례나 유선 협의를 가졌다.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총 11차례 대면 또는 유선 협의가 이뤄졌는데 ‘북한 도발→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밀착 공조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은 6월 싱가포르에서 2년 7개월 만에 이뤄졌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군사 안보 협력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와 함께 중단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3년 만에 정상화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은 6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3국이 공통의 안보 위기에 대응할 시기가 왔다”며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