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의 공중 전략 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우리 공군의 F-15K, 미군의 F-16과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정부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국이 미국의 전술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미의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자고 미 행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과거처럼 미 전술핵 미사일을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전술핵 전력을 상시 공유하는 ‘실질적 핵 공유’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이는 1~6차 핵실험 때와는 위협 수준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며 “달라진 한반도 안보 현실에 맞게 미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핵 대응 전력을 한국 방어에 확장해 활용하는 ‘확장억제’ 방안에 대해 “여러 옵션이 논의 중이며 실질적으로 한미가 한 몸이 돼서 북핵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 등을 미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은 독일 등 유럽 5국에 미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공동 운용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와는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안보 당국자는 “전술핵 재배치에 따른 주변국의 반발과 연쇄 핵무장 도미노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한국식 핵 공유’ 방안이 논의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1991년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치·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핵 무력 사용을 법제화하고 전술핵 실전 배치 시험까지 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만 비핵화 족쇄에 묶여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다만 정 위원장은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가 전술핵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바로 그것과 연결 짓는 건 무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