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한미군의 연례훈련을 트집잡아 심야에 연쇄 도발을 강행했다. 특히 미군이 완충 지역 밖에서 남쪽으로 연습탄을 쐈는데 북한은 전투기와 탄도미사일까지 동원해 도발의 수위를 높였다.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에 걸쳐 강원도 철원 사격장에서 주한미군이 MLRS(다연장 로켓)를 동원한 사격훈련을 했다. 이 훈련은 이미 계획된 것이었고, 지역주민 소음이나 피해 등 불편 최소화를 위해 공지도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사격 아니었나?’는 질문에 “계획된 훈련”이라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 5㎞ 이내에서 포병사격을 못 하게 돼 있는데 (미군) 사격 지점은 5㎞보다 훨씬 이남이었고 남쪽으로 연습탄 사격을 해서 9·19 합의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연례훈련을 빌미로 심야에 연쇄도발을 벌였다. 북한은 13일 오후 10시30분부터 약 1시간50분 간 군용기 10여대를 동원해 대남 공중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들 군용기는 전술조치선(TAL) 이남 서부 내륙지역에서 9·19 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북방 5㎞(군사분계선(MDL) 북방 25㎞) 인근까지, 동부 내륙지역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북방 7㎞(MDL 북방 47㎞)까지 접근했다.
북한은 또 14일 오전 1시20 ~ 25분엔 황해도 마장동 일대 서해안에서 새벽 2시57분 ~ 3시7분엔 강원도 구읍리 일대 동해안에서 각각 서해와 동해를 향해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이 이날 서해상으로 쏜 포탄은 130여발, 동해상으로 쏜 포탄은 40여발이다. 발사한 포탄은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에 따라 설정한 해상완충구역 내에 떨어졌다. 합참은 이에 대해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이날 오전 1시 49분 경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 700여㎞, 고도 50여㎞, 속도는 약 마하 6(음속 6배)으로 탐지됐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오전 2시 19분 경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10월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며 “남조선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대북 경고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지속적인 도발을 통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고 있는데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