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지향한다”면서 “역내 자유, 인권,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7차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서도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미얀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다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한 아세안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우리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미얀마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추구한다”면서 “국제법 원칙에 기초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면서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아세안 국가들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또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으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담대한 구상’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구현하기 위해서 개방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며, 역내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디지털 혁신 모범국가로서 아세안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며, 기후변화 대응, 보건 역량 강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우리의 기여 외교를 대폭 확대해 나감으로써 상생과 공영의 가치를 나누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