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야 성향 언론 '민들레'가 공개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명단. 민들레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뒤 모자이크 처리한 것이다. /민들레 홈페이지

친야(親野) 성향 시민언론 ‘민들레’가 유가족 동의를 얻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자국민 희생자 실명(實名)이 공개된 것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15일 밝혔다. 외교 경로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는 주한 대사관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일부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항의가 있었고 해당 매체에 그런 항의와 시정 요구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했다. 민들레가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해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보면 외국인 사망자 이름도 다수 포함됐다. 현재는 일부 이름이 실명에서 익명으로 바뀐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가족들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았다”며 “국적까지는 공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중 8명은 이름 뿐만 아니라 모든 신상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를 원했다”고 했다. 야당에서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언론이 희생자 신상과 사연을 다룬 것을 근거로 ‘명단 공개’를 요구해왔지만 “외국인 유족들 사이의 분위기는 명단 공개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민들레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했었다.

현재까지 주한 대사관 1곳이 외교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나오니 거기에 대해 유감과 항의를 전달한 것”이라며 “사망자 유족들의 뜻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명단 공개에 따라) 일부가 추가로 유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희생자 명단 공개가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15일 기준 전체 외국인 희생자 26명 중 24명에 국내 안치 또는 운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의 경우 “유가족 개별 사정 때문에 지연이 됐지만 이번주까지는 운구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