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1/뉴스1

친야(親野) 성향 매체 ‘민들레’가 유가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이후 일부 국가에서 자국민 희생자 실명(實名)이 드러난 데 대해 항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15일 밝혔다. 항의를 전해올 주한 대사관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방적 명단 공개가 외교 문제로 비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일부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항의가 있었고 해당 매체에 그런 항의와 시정 요구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했다. 민들레가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보면 외국인 사망자 이름도 다수 포함됐다. 현재는 일부 이름이 실명에서 익명으로 바뀐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가족들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았다”며 “(일부 외국인 유족은) 국적까지는 공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외국인 사망자) 8명의 경우 (유족이) 이름뿐만 아니라 모든 신상에 철저히 비공개를 원했다”고 했다. 야권에선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외신이 희생자 신상과 사연을 다룬 것을 근거로 ‘명단 공개’를 요구했지만 “실제 외국인 유족들 사이의 분위기는 명단 공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들레는 외국인 희생자를 포함한 전체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당시 민들레는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했었다.

현재 주한 대사관 1곳이 공식적으로 외교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개하니 거기에 대해 유감과 항의를 전달한 것”이라며 “사망자 유족들의 뜻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 (주한 대사관이) 추가로 유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다양한 사고로 외국인이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데, 해당국 매체가 사망자 유족의 동의 없이 이름과 신상을 맘대로 공개하는 것을 본 기억은 별로 없다”고 했다. 외국인 유족들이 명단 공개 사실을 알게 돼 항의한다면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15일 기준 전체 외국인 희생자 26명 중 24명에 국내 안치 또는 운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의 경우 “유가족 개별 사정 때문에 지연이 됐지만 이번 주까지는 운구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