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 장소로 택한 곳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대통령 관저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초동 사저에서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후 국내외를 통틀어 공식적으로 맞이한 첫 손님인 셈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외빈에게 각별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대통령 부부의 뜻을 반영해 회담장이 관저로 전격 결정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관저 리셉션장에서 고위급 회담, 가족공간(거실, 정원)에서 단독 환담을 진행했다. 오찬장에선 할랄 방식으로 조리한 한식이 제공됐다.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을 리모델링한 한남동 관저는 약 1388㎡(420평) 규모로 주거동이 160평, 리셉션장과 연회장 등의 시설을 개조한 업무동이 260평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관저 사진을 보면 회담장은 양측 배석자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앉아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었다. 오찬장에선 사각 테이블에 약 30명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윤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관저를 산책하며 단독 환담을 나누는 장면에선 소나무 등 잘 가꿔진 조경수들이 보였다. 이 조경수들은 한남동 관저가 남산 산책로에서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는 만큼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 업무동에는 또 부속실, 경호처 사무실 등이 들어섰고, 옛 청와대 지하벙커 수준의 보안 설비도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방한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과는 정상회담을 모두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도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대통령실에서 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중동 문화 등을 고려해 빈 살만 왕세자를 자신의 거주 공간이기도 한 관저로 초대해 환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수석은 “빈 살만 왕세자가 오늘 첫 만남이 대통령과 가족의 진심이 머무는 곳에서 이뤄진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관저 회담의 배경엔 보안을 중시하는 사우디 측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사우디 회담·오찬은 기자단의 풀(pool) 취재 없이 대통령실에서 현장 상황을 사후 정리해 전해주는 전속 취재 형식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