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생산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 간에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후 언론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양국 간 반도체 분야의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회담에 앞서 반도체 관련 양국 기업인들과 차담회를 하고 정부와 민간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기도 화성에 조성될 ASML의 ‘뉴 캠퍼스’가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ASML의 추가적인 한국 투자를 요청했다. ASML이 2400억원을 들여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뉴 캠퍼스에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노광장비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며 “고위급과 실무·전문가급에서 기존의 양자 협의 및 교류를 강화하고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포괄적·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6년 만의 관계 격상이다.
원전 분야 협력을 위해 전문가 협의체도 신설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원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과 관련한 소통 채널을 구축해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을 서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소경제 협력, 스마트 농업, 우주산업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군사 분야에서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사용에 관한 장관급 회의’도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북한의 도발 행위를 규탄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뤼터 총리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획기적인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