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북한이 3월 ‘엑시 인피니티’란 게임 회사를 해킹해 6억2000만달러(약 83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며 “북한의 탈취 금액 중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북한은 단 한 건의 해킹으로 상반기 발사한 3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한미가 서울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만 탄도미사일 발사에 4억~6억5000만달러를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북핵 위협 근저에는 암호화폐 탈취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최근 암호화폐 탈취로 최소 1조 7000억원 이상 확보했고 이를 핵무기 개발과 연초부터 이뤄진 연쇄 도발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많은 전문가는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 해킹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더 많은 나라가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불법적 방법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북한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우 북핵외교기획단장도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일”이라며 “불법적 사이버 활동이 단순히 사이버 공간의 금융범죄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미를 비롯한 16국 정부 인사,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 등 민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해 북한의 탈취 수법 및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는 16일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실무 그룹 회의를 개최하는 등 북한 암호화폐 해킹 관련 독자 제재를 준비 중이다.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북한은 다른 국가, 기업, 사람들의 돈을 적극적으로 탈취하는 가장 악명 높은 국가 중 한 곳”이라며 “우리가 방어를 강화할 때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불법 자금을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쓰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임수석 대변인은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저지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촉진할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