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해양 안보 및 국방·방위산업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푹 주석은 올해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전날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빈 방문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연간 교역액은 처음 수교가 이뤄진 1992년 4억9300만달러에서 2021년에는 164배 이상으로 커진 806억9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3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올해 1~3분기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38억1880만달러(약 4조9720억원)로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푹 주석은 제가 맞이하는 첫 국빈”이라며 “양국은 지난 30년간 모범적인 상생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베트남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푹 주석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고,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해양 안보, 방산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경제 협력도 더욱 증진시킬 것”이라며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연대해 역내 평화와 번영을 키워나가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 풍부한 희토류 개발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푹 주석은 “베트남은 2040년까지 고소득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채택했다”며 “대외 정책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일관되게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국의 공동 번영과 역내·세계의 평화와 안정, 협력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협력 관계를 (증진하자)”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 외교·안보 차관급 전략 대화 활성화, 해양 안보 및 국방·방위산업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역내 해양 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베트남의 해양법 집행 역량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푹 주석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해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영빈관을 만찬 장소로 활용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빈 방문 행사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청와대 영빈관이라는 판단에 따라 만찬 장소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만찬에서 베트남어로 “신 짜오(Xin chào·안녕하십니까)”라고 하자, 푹 주석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만찬에서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 감독에 대한 훈장(수교훈장 흥인장) 수여식이 개최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외빈 접견은 주로 호텔이나 국립중앙박물관,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9월 영빈관을 대체할 외빈 접견 시설 신축 예산 878억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청와대 이전 비용 논란이 이어졌고, 윤 대통령이 전면 철회를 지시하면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