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다음 주 외교장관 화상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연내 방한(訪韓)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단은 화상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다. 중국·러시아의 방조로 북한의 핵 폭주에 대응할 유엔 안보리 등 상당수 메커니즘이 와해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중 외교 당국은 이르면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부장 간 화상 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 일정을 최종 조율 중에 있다. 두 사람이 대면한 것은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8월에는 박 장관이 중국 칭다오를 찾아 왕 부장과 취임 후 첫 대면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한 이른바 ‘1.5트랙 대화 체제(정부에 민간 인사들이 더해진 반민반관 형태의 대화 체제)’와 ‘외교·국방 2+2(차관급) 대화’에 대한 후속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다만 ‘2+2 대화’의 경우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중국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이 공개된 가운데, 6년간 한·중 문화 교류의 장애물로 작용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관련된 언급이 있을지도 관심 거리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관련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재차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연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 미사일을 60차례 이상 쏘며 유엔 헌장은 물론 대북 제재와 각종 군사 합의를 위반했지만, 그때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가 ‘빈손’으로 끝났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이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삼각(三角) 공조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정당한 우려(legitimate concern)’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앞서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중국 내 코로나도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왕이 부장이 연내에 방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장쩌민(1926~2022) 국가주석의 사망과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이른바 ‘백지 시위’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이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양제츠(楊潔篪)의 뒤를 이어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이 마지막 외교장관 회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왕 부장 후임 자리에는 이른바 ‘전랑외교’의 대표 주자인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가 우선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