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15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순전히 한국인이 내릴 수 있는 자주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 제재를 주도해 ‘저승사자’라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한미 동맹 변질, 한중 관계 손상, 일본 핵무장 촉발” 등 한국 핵무장에 따른 우려도 언급했지만, 과거 ‘한국 핵’에 강경 반대했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아인혼 전 특보는 16~17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하는 ‘2022 한미 핵전략 포럼’의 발표문에서 “한국의 핵무기 역량 확보가 미국의 입장에서도 전략적 이점이 될 수 있다”는 핵무장 찬성론을 소개했다. “북한이 한국 정부를 더 진지하게 대할 것이고, 중국·러시아와의 지정학적 경쟁 속 중요한 동맹국을 소외시키지 않을 명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을 용인한 것처럼 한국의 핵무기 역량을 용인하기로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핵무장 반대론도 소개했다. 그는 “핵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한미동맹 변질, 한중관계 손상, 일본의 핵무장 촉발 같은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안보 딜레마에는 이상적인 해결책이 없다”며 “한국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미국이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더 큰 유연성을 보이고 (한국이) 자기 주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뿐만 아니라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까지 강경하게 반대해온 미 조야(朝野)의 대표적인 인사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그가 유연한 입장을 보인 배경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