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1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고각 발사 궤도를 그리다 동해에 떨어진 발사체 2개를 우리 군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추정했는데, 이것이 ‘정찰위성 개발용’이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이 발사체를 통해 찍었다며 서울과 인천이 내려다보이는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이로써 북한은 지난해 1월 달성 목표로 제시한 ‘5대 전략 무기’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기술, 고체 연료 ICBM에 이어 정찰위성까지 4개 기술을 선보였다.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만 남은 것이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은 이날 “위성시험품을 운반체에 탑재해 고도 500Km까지 고각 발사시켰다”면서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이 발사체가 ‘MRBM’이라는 전날의 판단을 유지했다. 합참은 통상 북한 미사일 발사 시 비행 속도와 시간, 정점 고도 등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만, 이번에는 비행거리만 밝히고 그 외 정보는 이례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에 나선 것은 위성으로 확보한 한·미·일 주요 시설 지리 정보를 통해 전술핵 타격 등을 위한 군사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전술핵·전략핵·정찰위성’이라는 이른바 ‘북한판 3축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위성 촬영 및 자료 전송 계통과 지상관제 체계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서 서울 도심과 인천 항구를 촬영한 흑백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화질은 구글 위성사진보다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비롯해 한강 교량,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 등이 식별 가능하다. 확대하면 용산 삼각지 일대도 어렴풋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0m 분해능(상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 시험용 전색촬영기 1대와 다스펙트르(다스펙트럼) 촬영기 2대, 영상송신기와 각 대역의 송수신기들, 조종장치와 축전지 등을 설치한 위성시험품”으로 시험이 진행됐다며 이 장비들로 사진이 촬영됐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영근 항공대학교 교수는 “요즘 정찰위성은 분해능이 0.5m는 돼야 하며 대학에서도 분해능 1m 위성을 만든다”며 “북한이 말하는 20m 분해능이라면 군사위성이나 정찰위성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지구 관측 위성으로도 효용성이 없다”고 말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당초 촬영이 안 됐을 가능성이 있어서 언제, 어디서 촬영했는지 알 수 없고 실제 사진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기만 활동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진 수준을 떠나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진척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위성을 쏘아 올려 남한을 저 정도로 촬영해서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은 “북한이 이번에 내년 4월까지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미 상당 부분의 기술적 진전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1주년(4월 11일)이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1주년(4월 13일),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등이 발사 계기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