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소속기관 국방홍보원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무인기의 천적’이라며 지상배치 대공무기인 ‘비호복합’을 홍보했는데, 26일 우리 영공이 북한 무인기 5대에 뚫린 것이다. 영상을 올린 지 불과 열흘 만이었다. 우리 군은 전투기와 공격형 헬기를 출격시켰지만 북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뒤 해당 영상에는 홍보와는 다른 군의 대응이 실망스럽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국방홍보원은 지난 16일 유튜브 ‘국방TV’에 비호복합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비호복합은 K-30 자주 대공포 ‘비호’에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장착한 복합무기체계다. 드론 킬러로도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도 영상에서 “비호복합은 저고도 대공방어를 목적으로 개발됐다”며 “현재까지 나온 무기체계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드론? 무인항공기? 지상전? 다 드루와바! 비호복합이 다 막아줄게’라는 영상 제목도 눈길을 끌었다. ‘드루와’(들어와)는 영화 ‘신세계’ 속 대사로, 겁을 먹지 않았다는 걸 표현하거나 자신감을 내비칠 때 주로 쓰이는 유행어다.
앞서 북 무인기 여러 대가 영공을 침범해 서울 북부와 경기도 김포·파주, 인천 강화도 일대를 5시간 넘게 비행하고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27일 오후 7시 30분 기준 이 영상의 조회수는 44만회, 댓글수는 1600개를 넘겼다. 국방TV 채널에서 최고 조회수를 찍은 영상의 댓글 수는 1120개인데, 이보다 500개 이상 많은 것이다.
댓글 대부분은 군의 대응을 비아냥거리는 내용이다. “들어오란다고 진짜 들어왔네” “‘드루와’가 어서오세요란 뜻이었나” “지금 난리 났는데 영상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착잡해졌다” “무인기는 못 막았지만 댓글은 막을 예정입니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비호복합은 전날 무인기 침범 시 사용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국지 방공 레이더와 열영상장비(TOD)에는 포착됐으나,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에 자체 탑재된 탐지 장비에는 포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군은 공중전력으로만 대응했다.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가 투입됐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공격용 무인기는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 “전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능력의 드론 부대를 조기 창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