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용 무인기 5대가 26일 서울 북부와 경기도 김포·파주, 인천 강화도 일대 등 우리 영공(領空)을 5시간 동안 침범했다. 우리 군은 전투기와 공격형 헬기를 출격시켜 경고 방송·사격에 이어 격추 작전을 하는 등 대응 조치에 나섰지만 북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북한 정찰 무인기의 침범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여러 대가 동시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닌 것은 처음이다.
이로 인해 인천·김포공항에서 1시간 가까이 항공기 이륙이 중단돼 항공기 총 30여 편이 지연 출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도 전례가 없다. 군은 이날 북 무인기 격추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작전에 동원된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이륙 중에 강원도 횡성 농경지에 추락하는 등 대비 태세에 허점을 보였다. 군 당국은 2014년 북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사진을 찍는 사건이 발생한 뒤 강력한 드론 대응 체계를 공언해 왔지만 8년이 지나서도 북 무인기 기습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길이 2m 이하 북한 소형 무인기 5대가 이날 오전 10시 25분쯤 경기 김포 일대 MDL을 넘어 영공을 침범했다. 이 중 1대는 서울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상공까지 침투했으며, 나머지 4대는 인천 강화도, 경기 파주·김포 일대를 오후 3시 30분까지 휘저으며 비행했다. 우리 군은 영공을 침범한 북 무인기에 대해 전투기, 경공격기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공격형 헬기의 20㎜ 기관포로 100여 발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 무인기 격추에는 실패했다. 군 관계자는 “민가 피해를 우려해 격추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대신 군은 이날 우리 무인기 2대를 MDL 이북 상공에 침투시켜 북한군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한 또 하나의 사례다.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북 무인기 1대는 MDL 이북으로 넘어갔으며, 나머지 4대의 항적은 강화도 일대에서 사라졌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27일 현장 작전부대들을 방문해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와 경과를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승오 합참 작전부장은 “북한의 영공 침범은 명백한 도발 행위로, 우리 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즉각 대응한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앞으로도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