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 취임 축하 인사를 겸한 첫 전화 통화를 갖고 한중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 외교 수장은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지만,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폭증에 따른 우리 방역 당국의 입국자 규제 조치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였다.
외교부는 이날 박 장관과 친 부장이 오후 8시30분부터 약 50분 동안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작년 수교 30년을 맞아 양국이 상호존중·호혜·공동 이익에 기반하여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발리 주요 20국(G20)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후속 조치도 논의됐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최근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 방역을 강화한 것 관련 “과학적 근거에 따라 취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 부장은 “한국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취한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고 했다. 친 부장의 이같은 반응은 우리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중국 코로나 확진자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코로나 유전자증폭 검사 의무화 ▲중국발 항공기의 인천 도착 일원화 ▲중국 단기비자 발급 제한 같은 조치를 내린 상태다.
박 장관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에 나서게 하는 것은 한중간 공동이익”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측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함 60차례 가까이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veto)을 행사해 북핵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원천 차단해왔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정당한 우려(legitimate concern)’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박 장관은 8일 KTV와의 대담에서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로 행동했을 때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취임 인사 성격을 띤 이날 통화에서 양국이 입장이 엇갈리는 현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그것을 회담 결과문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지난달 이임한 왕이 부장의 후임인 친 부장은 외교부 대변인, 주미 중국대사 시절 미국을 강경하게 비판하며 이른바 ‘늑대 전사(戰狼) 외교’의 상징적인 인물로 통했다. 이같은 기조가 한중 외교에서도 유지될지 관심 거리인데 이달 중 있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첫 회담이 그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장관은 이날 이른 시일 내에 대면 협의를 갖기로도 했는데 상반기 중 친 부장이 방한(訪韓)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