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한국이 해외에서 수주한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을 방문해 가동 준비를 마친 3호기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UAE 양국이 바라카의 성공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 알다프라 지역에 있는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이 행사장에 먼저 도착해 14분쯤 기다린 후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국내에서도 세계적 갑부로 잘 알려진 만수르 부총리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무함마드 대통령과 원전 사진·도안이 담긴 액자 선물을 서로 교환했다. 행사에는 양국 관계 부처 장관들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바라카 원전 건설에 참여한 기업 총수들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은 양국 관계를 대표하는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국빈 방문이 원자력을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탄소저장포집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분수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UAE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양국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원자력을 포함한 많은 주요 부문에서 양자 협력의 기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바라카 원전은 1·2호기가 상업 운전 중이고, 3호기에 이어 내년 4호기까지 가동되면 탄소 배출 없이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책임지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은 일명 ‘사막의 기적’으로 불린다”며 “땀과 헌신으로 이뤄낸 양국 관계의 상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양국 100여 기업이 참여한 이 포럼에선 이날 총 24건, 최소 61억달러(약 7조5500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이 체결됐다. 정상회담에서 UAE가 한국에 300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기업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창출한 것이다. 에너지, 방산 등 전통적 협력 분야 외에도 수소, 바이오, 디지털 전환,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MOU가 체결돼 한·UAE 간 경제 협력이 다변화됐다. 한·UAE 협력과 관련, 윤 대통령은 15일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며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다.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했다.
한·UAE 양국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방위산업 등 전통적 분야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실질적인 ‘에너지·국방 동맹’ 관계로 격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UAE가 전략적 방산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UAE는 항공기와 헬기 등 공중·항공 전력 등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UAE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T-50 고등 훈련기, KF-21 ‘보라매’ 국산 초음속 전투기, 소형 무장 헬기(LAH) 등을 주요 협력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가 개발하는 다목적 수송기(MC-X) 국제 공동 개발 사업은 2035년 이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 K2 ‘흑표’ 전차와 한국형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방공 유도무기의 수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UAE는 구형 전차 100대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이미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35억달러)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국산 다연장 로켓 ‘천무’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