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은 15일 자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그가 윤 대통령을 국빈(國賓)으로 초청하고 40조원에 가까운 ‘오일머니’ 투자를 약속하며 특급 환대를 한 배경에는 그간 쌓인 한국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04년 UAE 2인자인 왕세제 자리에 오른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에 별다른 호감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2월 약 20조원 규모 바라카 원전을 한국이 수주하면서 전기(轉機)를 맞는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원전 계약을 주도했는데 외교 소식통은 “한국 기업의 기술과 공기를 맞추는 능력, 가격 경쟁력을 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이웃인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은 다르다’고 소개했을 정도”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유가가 급등하자 그가 한국에 “유가가 올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UAE는 우리의 주요한 원유 수입국(5위) 중 하나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2010년 방한해 우리 특전 부대 시범을 보고 한국군 파견을 공식 요청했다. 당시 “세계 특전 부대 중 한국 특전사가 최고인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결과 이듬해 1월부터 약 150명 규모의 ‘아크부대(Akh Unit)’가 현지에 주둔하며 UAE 특수부대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아크’는 아랍어로 형제를 뜻하는데 인건비를 제외한 숙소와 훈련장 등은 UAE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분쟁지대에 파견된 첫 사례인데, 지난해 20진이 파견돼 올해 3월까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4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아부다비 사무소가 개소했는데 한국군 무기 개발 기관인 ADD가 외국에 분소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UAE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의리와 전우애를 중시한다”며 “군사·방산 협력이 향후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해 10월엔 윤석열 정부 초대 UAE 대사로 류제승 예비역 육군 중장이 임명됐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한국과의 군사 협력에 공을 들이는 데는 걸프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시아파 맹주 이란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북한과 대치하며 60만 상비군을 보유한 한국의 상황이 수니파인 자국과 비슷하다고 판단해 일종의 ‘군사 모델’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UAE는 인구가 600만명 정도 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며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고 했다. 바라카 원전 수주전이 벌어지던 2007년 양국이 군사 협력 협정을 맺을 때 우리 군 수뇌부 일각에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안 될 게 뭐가 있느냐”며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UAE를 특사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