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교부가 16일(현지 시각) “한국 대통령의 간섭하는 발언(meddling comments)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아크 부대’를 찾아 “UAE의 적(敵)은 이란”이라고 한 것에 대해 항의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한국과 이란 간 우호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란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나세르 칸아니 대변인은 이날 “이웃 국가이자 친구인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한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아크 부대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UAE의 적,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라고 했지만 부적절한 언급이란 지적이 나왔다.
칸아니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란과 UAE를 포함한 지역 국가들 간의 역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의 최근 태도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고 했다. 이란과 UAE는 영토 분쟁 등도 벌이지만 경제 교류가 활발하고 작년 8월에는 대사급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의 오랜 우호 협력 관계를 이어왔고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대통령 발언은)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었다. 이란과의 관계와는 무관한 것이고 불필요한 확대 해석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수석 대변인은 “서울과 테헤란의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입장을 명확히 설명했다”며 “이란도 발언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