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과 청정 수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단독 특별 연설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은 전 세계의 공통 언어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력과 시공·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 기술이 필요한 나라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또 “청정 수소는 미래 에너지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며 “중동·유럽 등 그린 수소 생산에 강점을 가진 국가들과 한국·일본같이 수소 활용에 앞서가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전 활용, 수소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 등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촉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에너지 산업 역량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에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그린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방침을 밝히며 “혁신적 녹색기술을 모든 인류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안보 이슈 대응과 관련해선 “보편적 규범을 준수하면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함께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린 데 대한 해법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 후부터 줄곧 강조한 ‘연대와 협력’을 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지난달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미국·일본 등 자유·민주 진영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분절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도 자유무역 체제는 절대 포기해서 안 되는 글로벌 공공재”라며 “장벽을 쌓고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올바른 해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다자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 체제는 존중돼야 한다”며 “상품과 자본, 지식과 정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다양성을 보장하고 연결성을 확대해 작은 블록을 점점 더 큰 블록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은 이명박(2010년)·박근혜(2014년) 전 대통령에 이어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보건·디지털 격차 해소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 예방과 대응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바이오 인력을 양성하며 미래의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한국은 디지털 기술 선도국가로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분야 ODA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디지털 기술을 향유할 권리를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규정하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할 계획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