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초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을 예정인 가운데, 이보다 앞서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2024~2025년) 수임(受任)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장관이 직접 회원국들을 상대로 발로 뛰겠다는 것이다.
3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번주 중 미국을 방문해 유엔 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뉴욕 현지에서 아시아·태평양그룹 회원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우리 정부의 안보리 이사국 수임의 당위에 대해 강조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리셉션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뉴욕에서 치러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는 올해 외교부가 선정한 중점 선거 중 하나로, 외교 당국은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GPS)’ 비전 달성을 위해 수임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한 뒤 1996~1997년, 2013~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을 지냈다.
유엔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2년이고 총회에서 3분의 2 다수결로 매년 5개국씩 선출하는데 올해 알바니아·브라질·가봉·가나·아랍에미레이트(UAE) 등 5개국의 임기가 만료된다. 아시아·태평양그룹에서 1개국을 선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한국을 제외하면 특별히 도전 의사를 밝힌 나라가 없어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유엔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연임에 실패한 뒤 외교부 안팎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와 재외공관별로 담당자가 지정돼 우리가 안보리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의제를 발굴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이 올해부터 비상임이사국 임기를 시작해 1월 의장국(순번제)을 맡고 있다. 한국이 내년에 진출에 성공할 경우 한·미·일이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이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70여차례에 가까운 전례 없는 도발을 했지만, 중국·러시아의 거부(veto) 때문에 의미있는 논의를 하지 못하고 식물화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미·일이 매번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장외에서 성명을 내는 수준에 그쳤는데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에선 상당수 북한 관련 회의가 정족수(15개국 중 9개 나라 찬성)를 채워야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