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이 31일 고도화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F-35,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핵우산(확장억제)’ 운용 연습도 실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2월 중 미국에서 한미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한·미·일 국방 안보 회의(DTT)도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개최해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 3각 공조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린 첫 양국 고위급 회담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지난해 기록적인 도발을 벌이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역내 불안정을 초래했다”면서 “하지만 한미는 함께 단결했고,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의지는 철통같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22·F-35 등 5세대 전투기를 비롯해 로널드 레이건함 같은 항모 전단의 한반도 전개를 앞으로 더 많이 할 것”이라며 “대북 확장억제 논의를 심화하기 위해 올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TTX)을 실시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억제수단 TTX는 북한이 핵을 실제 사용하는 상황을 가정한 도상 훈련이다. 이 장관은 “앞으로도 미 전략 자산 전개가 적시에 조율돼 전개되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최근 “북핵 고도화로 ‘핵우산’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우려에 따라 한미 조야(朝野)에서 제기된 ‘한국 독자 핵무장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잠재적 핵 보유력 확보’ 등에 대한 구체적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스틴 장관과 접견에서 “나날이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실효적인 한미 확장억제 체계가 도출되도록 협의를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