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호위함 전남함(FF-957). /해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군 고위 관계자에게 일명 ‘함정 택시’ 사건 등 군기 문란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나사가 빠졌다”며 격노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정부·군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등에게 ‘결전 태세 확립을 위한 강군 건설 방안’ 등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6월 중순 발생했다가 최근에야 알려진 ‘함정 택시’ 사건 감찰 보고도 이뤄졌다. 이 사건은 해군 1500t(톤)급 호위함 함장이 임무 중 “함정이 고장 났다”고 허위 보고를 하고 수리를 하겠다며 제주 기지에 입항한 뒤 개인 용무를 봤다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 이 함장은 제주 기지에서 자신과 가까운 상관의 이·취임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렇게 호위함을 택시처럼 이용하는 바람에 임무 공백이 생겨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함정이 서둘러 투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准將) 진급 장성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에게 삼정검을 수여하고 있다. 삼정검의 ‘삼정’은 육·해·공군이 일치해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을 달성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이에 윤 대통령은 크게 화를 내며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이냐”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나사가 빠진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함정 운용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도 체크해 보라고 주문했다. 군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육·해·공 등 군 전반의 기강 해이 문제를 강하게 질책했다”면서 “올해 북한이 고강도 군사 도발과 대남 교란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큰 만큼, 대비 태세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해군에선 지난해 11월 군 고속정이 서해에서 암초에 부딪혔지만, 해군 간부들이 잘못을 감추기 위해 갑자기 떠내려 온 부유물에 받힌 것이라고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군 당국이 수사 중이다. 군 소식통은 “군인이 임무 수행 중 실책은 할 수 있지만, 허위 보고 등은 군기 문란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라면서 “군 당국은 이번 사건들과 관련해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