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오늘날 우리는 독재국가들(authoritarian states)에 의한 전례 없는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군이 떠오르는 위협에 맞서 반드시 실제 세계의 시나리오(real-world scenarios)들을 갖고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올해로 70년을 맞은 동맹에 대해선 “한국의 30세 이하 젊은이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됐다”며 “동맹이 미래 안보·번영에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되길 바란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6일 사단법인 한미협회(회장 최중경) 행사에 참석해 가진 오찬 연설에서 “미국의 철통(ironclad) 같은 (한반도 방어) 의지는 말 뿐이 아니라 핵심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는 재작년 12월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반영한 작계 최신화에 합의했고, 새 작계가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연합훈련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최근 한·미·일이 실시한 대잠수함 훈련 등에 대해 “공동의 안보 이익을 동북아 및 전세계에서 방어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했는데, 국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지속적으로 이같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늘날 우리는 독재국가들에 의한 전례 없는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리더이자 키 파트너로 미국과 함께 신흥 민주주의 양성에 힘쓰고 민주주의 원칙 옹호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최근 공동 성명을 발표해 버마(미얀마) 군부에 책임을 물은 것을 예로 들었다. 또 “우리의 경제 협력은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사업하는 곳에서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는데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 노동, 인권 문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워킹그룹,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을 언급하며 “한국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경제 안보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광범위한 양자 무역과 투자가 한국, 미국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며 “삼성은 텍사스에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미국 기업인 쿠팡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했다. 또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간 회담에서 한미과학기술협력 협정이 개정된 것을 가리키며 “전세계가 한미 기업과 협업하려 의존할 것이고 한미는 디지털 경제, 생명공학,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청정에너지 기술 등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