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구호대로 튀르키예에 급파된 장병들 사이 익숙한 얼굴이 포착됐다. 코로나 유행이 번지던 2020년 초 방역 최전선이던 대구 의료 현장에서 찍힌 ‘콧등밴드’ 사진의 주인공이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에 육군특수전사령부·국군의무사령부 장병 50여 명을 선발했다. 탐색구조팀 중심으로 구호대를 편성해달라는 튀르키예 정부 요청에 따라 수색구조와 응급대응 능력을 갖춘 최정예 요원을 뽑았다.
이 중에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도 있다. 바로 2020년 3월 코로나 최전선이던 대구 동산의료원에 투입돼 병동을 누비던 김혜주 육군 대위다. 그는 의료용 마스크를 오래 착용한 탓에 헐어버린 콧등에 일회용 반창고를 붙인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김 대위는 여러 겹 덧댄 반창고 위 마스크를 다시 덮어쓰고도 지친 기색 없이 환자를 돌봤다. 바이러스 하나에 얼어붙은 마음들이 이 장면 하나에 녹아내렸고, 얼굴 곳곳에 반창고나 거즈를 붙인 채 근무하는 다른 의료진들 모습도 함께 눈길을 끌었다.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향한 감사 인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김 대위는 격리 병동에서 일하며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료 현장 속 예방품 보충과 인력 부족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민·관·군이 합심해 환자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서 힘을 보탤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구호대에는 김 대위 말고도 재난 지원 파견 경험이 풍부한 요원들이 포함됐다.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장 김동훈 육군 중령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단과 필리핀 합동지원단 등 두 차례 파병 경험이 있고 청해부대 코로나 사태 때도 파견된 바 있다. 국군양주병원 진료부장 김정길 육군 중령도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이란·아프리카 교민 귀국 지원 임무를 수행했었다. 수색구조 임무에는 특전사 장병도 다수 합류했다. 이들 중에는 해외파병 유경험자가 6명, 응급구조사 자격증 보유자가 5명이다.
KDRT는 군 장병 49명과 외교부 소속 1명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소속 6명, 119 구조대원을 포함한 소방청 소속 62명 등 총 118명 규모로 꾸려졌다. 그간 우리 정부가 해외 재난 때 파견한 구호대 중 최대 규모다. 구호대장은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맡았다. 앞서 이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전날 오전 1시13분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약 12시간 비행 끝에 튀르키예에 도착했으며,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부터 구조 활동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