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졸업식 자료사진.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지난 6일부터 동계교육기간을 맞아 4학년 생도(79기) 전체 280여명의 75%인 210여명을 대상으로 6·25전쟁사를 이례적으로 보충 수업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생도 4년 내내 6·25전쟁사를 한 번도 수강하지 않았다고 한다. ‘6·25전쟁사 미수강’ 장교가 배출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오는 3월 2일 임관식 전까지 6·25전쟁사 수업을 ‘속성’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사 개교 이래 임관 직전의 4학년 생도를 대상으로 장교의 기초 중 기초 교육인 6·25전쟁사에 대한 보충 수업이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전임 정부에서 2019년 육사 교과 과정 개편을 통해 ‘필수 과목’이었던 6·25전쟁사를 ‘선택 과목’으로 바꾼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언론 보도로 알려지고 이를 급히 수습하게 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육사는 동계교육이 시작된 지난 6일부터 79기 생도 가운데 6·25전쟁사 미수강자를 대상으로 주요사례 토의, 전적지 답사 등 6·25전쟁사와 관련한 보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육사는 지난해 10월말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지적 직후인 11월 중순 급히 6·25전쟁사 1차 보충 수업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2차 보충 수업인 셈이다. 육사 측은 “지난해 11월 중순 핵심강의와 올해 2월 동계교육기간에 걸친 총 30시간의 6·25전쟁사 집중 보충 교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충 수업 수강자는 210여명으로 79기 전체의 75%에 달한다고 육사 측은 전했다. 2019년 교과 개편으로 ‘국방전략’ ‘지휘관리’ ‘군사과학’ ‘군사공학’ 등 4개의 군사학 전공 가운데 ‘국방전략’ 전공자만 전쟁사를 필수로 듣고 나머지 전공자는 ‘선택’으로 듣게 했는데, 거의 모두가 전쟁사 수강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직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은 “육사가 전쟁사 수업을 선택 과목으로 격하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선택 과목이라고 자율에 맡겨놨더니 이를 수강하지도 않은 생도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언론 보도와 군 출신 일부 정치인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79기 생도의 75%는 6·25전쟁사 수업 한번 듣지 않은 채 소위로 임관해 일선 부대에서 배치될 뻔했던 것이다.

육사는 2019년 전쟁사와 함께 필수에서 선택 과목으로 바뀐 ‘전쟁과 전략’ ‘북한학’ 등 안보관·역사관·대적관 관련 과목에 대해서도 이번에 보충 수업 중이라고 밝혔다. 육사는 3학년(80기)~신입생(83기)까지는 6·25전쟁사, 전쟁과전략, 북한학 등 3개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전환해 일반학기와 동계교육기간에 교육할 예정이다.

육군 본부 관계자는 “육사는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이 내재화되고 ‘과학기술 강군’을 이끌어갈 융합형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2024 교과과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24년에 입학하는 84기부터는 2024년 교과과정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