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올해 첫 ICBM 도발이다. 이날 ICBM 발사 현장에는 김정은이 딸 주애를 데리고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조선일보 통화에서 “북한 김정은이 이날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그의 딸 주애를 대동한 정황이 파악됐다”면서 “김정은 부인 리설주를 비롯해 그의 여동생 김여정도 같이 참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ICBM 발사 현장을 비롯해 지난 8일 건군절 열병식, 지난 17일 체육경기 관람행사 등 주요 대외 행사에 주애를 근접해 둔 장면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ICBM 발사 장면과 김정은 부녀의 참관 모습 등을 조만간 조선중앙통신·TV, 노동신문 등을 통해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만이자 올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이다 올해 1월 1일 초대형 방사포를 쏜 이후 두 달여간 미사일은 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5시 2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추정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900여㎞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이 미사일은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의 최고고도가 5700㎞ 정도이고, 비행거리는 약 900㎞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ICBM 성능 향상 등 핵 투발 수단 개발 계획을 이행하는 한편, 한미 군 당국의 대북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조치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한미는 오는 22일 미 펜타곤(국방부 청사)과 조지아 킹스베이 핵 잠수함 기지에서 ‘핵우산’ 운용 훈련을 하고, 다음 달 중순에는 한미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S)’를 실시할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가 정당한 우려와 근거를 가지고 침략전쟁 준비로 간주하는 저들의 훈련 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 탄도미사일의 구체적인 제원과 도발 의미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종료 후 보도자료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임을 강조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전했다.
합참도 이번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직 국가정보원 1차장은 “최근 북한은 코로나로 중국과의 교역이 장기간 끊기다시피 해 식량난 등이 심각한 수준에 빠져 민심이 흉흉하다”면서 “이번 ICBM 추정 미사일 도발을 시발점으로 ‘릴레이 도발’을 벌이며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미사일 무력 외에는 다른 타개책이 없다고 보고 더욱 군사력 증강에 ‘올 인’하며 중국과 러시아와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직 주중 대사는 “김정은이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