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72)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27일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산하 등록 국가정책연구재단인 연구소를 상대로 감사를 했는데 연구소가 공무원 교육비로 받은 수강료를 매년 수억원씩 전용(轉用)한 문제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문 이사장 거취와 후임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1995년부터 매년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세종 국가전략연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인당 수강료가 올해 기준 2500만원인데 전체 예산 약 20억원 중 매년 수억원을 남겨 인테리어 등 재단 운영과 관련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 소식통은 “공무원 등을 상대로 비슷한 연수 과정을 운영하는 국립외교원, 국방대 등과 달리 세종연구소는 민간 싱크탱크인 탓에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며 “수강생을 보내는 부처도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소액인 탓에 문제를 점검하지 않아 예산을 전용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고 수강료를 과다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2018년 1900만원이던 수강료는 올해 2500만원까지 올랐다.
연구소는 민간 연구기관이지만 외교부의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별도의 법률이나 처벌 규정 등은 없는 상황이다. 문 이사장은 외교부 감사 직후인 지난 27일 연구소 임원진과 연구원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문 이사장은 지난 2021년 2월 임명됐다.
한편 외교부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에 대해서도 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외교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소속 교수들의 청탁금지법 위반과 외부활동 신고 누락 등을 적발했고, 기관장인 홍 원장에게도 운영 및 관리 책임을 물어 일부 업무에서 배제했다. 조만간 외교부가 인사혁신처에 면직을 제청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