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저고도·고고도 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미국 최신예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라파엘 페랄타(DDG 115·9200t급)’함이 지난달 27일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했다가 지난 3일 출항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라파엘 페랄타함은 일본 요코스카가 모항인 미 해군 7함대 소속이다. 미 군함이 제주 기지에 입항한 것은 2018년 제주 기지에서 국제 관함식이 개최됐을 때 이후 5년 만이다. 라파엘 페랄타함은 인근 해역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하다 제주 기지에 기항했으며, 머무는 5일간 군수 물자를 보급받고 한국 육군·해군과 대북 대비태세 및 인도 태평양 전략 관련 작전 회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라파엘 페랄타함이 작전 활동을 하다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무렵 제주 기지에 입항해 지난 3일 오전 9시 출항했다”면서 “군수 물자를 적재하고 승조원의 휴식 시간을 갖는 한편, 이번 입항을 계기로 한미 해군 간 전술 토의와 교류 활동을 하며 연합방위태세를 증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라파엘 페랄타함의 제주 입항은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6000t급)’가 지난달 23일 부산 기지에 입항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스프링필드 핵잠수함은 23일부터 지난 1일까지 7일간 부산 기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주요 전략 자산인 핵 잠수함과 최신예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 동시에 한반도에 머문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 군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통상적인 작전 활동 간 군수 적재와 한미 해군 간 친선 교류 활동이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최근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비롯해 중국의 해상 전력을 의식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군사 전문가인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탄도탄 요격과 대잠전, 대지공격도 가능한 최신형 이지스함이 이례적으로 제주 기지에 입항한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북한 도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전략자산을 비롯해 미국이 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해 훈련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프링필드는 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 5척 중 하나다. 라파엘 페랄타함은 2017년 취역한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으로 ‘이지스 베이스라인 9′로 불리는 최신 미사일 방어체계를 탑재해 미사일이 저고도와 고고도로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와도 이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미사일 ‘섞어쏘기’를 막을 수 있는 ‘방패’라는 것이다.
기존 이지스 체계는 고고도와 저고도 미사일을 동시에 대처할 수 없었다.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대처한 뒤에 다른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런 문제를 극복해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요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것이 라파엘 페랄타함에 탑재된 ‘이지스 베이스라인9′이다. 라파엘 페랄타함은 MH-60 헬기 2대를 탑재하는 동시에 대(對)잠수함 작전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핵잠수함, 이지스 구축함이 잇따라 부산·제주 기지에 입항함에 따라 한미, 한미일간 해상 훈련이 조만간 추가로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한미일은 지난달 22일 일본 본토 인근 동해 공해에서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탐지·추적·요격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을 했다. 한미 해군 측은 ‘한미 해군 간 훈련 등이 계획돼 있느냐’는 질의에 “관련 사항은 현재 한미 간 협의 중인 사항으로 현재로서는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해군은 이달 말 니미츠급 핵 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함(CVN-68)의 부산 입항과 이를 계기로 한 한미 연합 훈련 등 각종 훈련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미국 국빈 방문 가능성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에 입항한 미 항모에 직접 올라 한미 동맹 7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측이 이 같은 방안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미 전략자산인 핵 항모에 한국 대통령이 오르는 것 자체가 강력한 도발 억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