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의 돈으로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과 미국 정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10월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정부 해법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일·한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긴밀하게 의사소통하면서 일·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역사 인식에 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등을 계승한다는 뜻이다. 이 선언에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 표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여러 어려움 속에서 징용 해법을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후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이 기간 (한일 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한다”고 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 발표 직후 성명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 간 협력에 획기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며 “미국·한국·일본의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도 잇따라 환영 입장을 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17일 일본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피해자와 지원 단체들은 정부 해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 강제 동원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