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일제 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밝힌 ‘제3자 변제’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우선 배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국제법 위반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인 만큼 정부 재단 돈으로 판결금을 지급하고 향후 일본 기업이 기부 등으로 ‘간접 배상’ 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총 15명이다. 배상 규모는 지연이자 등을 합쳐 총 40억여 원이다. 1인당 1억5000만~2억원 수준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판결금을 최대한 수령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설득해 정부의 진정성을 보이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징용 관련 소송 약 60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데 박진 장관은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자 접촉과 변제금 지급 실무는 재단이 담당한다. 재원은 포스코·KT&G·한국전력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자금의 수혜를 입은 기업 16곳에서 기부를 받아 조성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오늘부터 적법 절차에 따라 어떻게 기여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포스코의 경우 2012년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해 현재까지 60억원을 기부했다. 정부 발표 하루 전인 5일에는 “정부 요청이 오면 출연을 긍정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재단이 우선 배상금을 지급하면 일본 피고 기업들을 상대로 반환을 요구하는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어 한일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변제가 완료되면 재단에서 구상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상권 행사에 대해 상정하지 않고 있다. 구상권의 민법상 소멸시효는 10년”이라고 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외교 소식통은 “재단이 구상권을 포기하면 일본 정부는 현재 논의 중인 한일 미래청년기금 등에 자국 기업의 기부를 용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했다.

정부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강제 매각) 절차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피해자가 끝까지 반대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다각적인 법률 검토, 국내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쳤다”며 “판결금을 끝까지 수령하지 않으면 법원에 공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공식화한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