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 부사관들이 낮은 급여, 열악한 숙소 등 각종 애로 사항을 털어놓고 개선 방안을 요청했던 사실이 7일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이 부사관 학교를 찾은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최근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 추진과 맞물려 부사관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6일 전북 익산의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해 초급간부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교관, 교육생을 비롯해 여러 직책의 장·단기 복무 중사·하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국방부에서는 인사복지실장, 복지정책담당관 등이 배석했다. 부사관들은 처음에는 말하길 주저했지만, 이 장관이 “여기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이다. 뭐든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하자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부사관은 “우리가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를 위한 충성과 애국심이 기본이다”면서 “하지만 군 간부에 걸맞은 근무 여건과 보수 체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부사관은 “밤새 수시간 야근을 해도 받는 수당은 1만원 정도로 어디 가서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라면서 “최전방에 가면 숙소도 너무 작고 낡아 병사들 내무반보다 열악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병사 봉급이 해마다 대폭 인상되는 반면 부사관 봉급은 별로 오르지 않는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올해 1월 입대한 병사는 봉급과 정부 지원금을 더해 월평균 121만5689원을 받는다. 같은 시기 임관한 하사 1호봉은 세후 평균 230만7650원이다. 당장은 하사가 병사보다 100만원 이상 많이 받지만, 정부가 2025년 병장 월급 150만원과 지원금 55만원을 약속해 추진하고 있어 이 격차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초급 간부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부사관 선발률이 최근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사관 획득 계획 인원은 1만2596명이었지만 지원자가 별로 없어 1만837명만 선발했다. 계획한 인원의 86%만 채운 것으로, 전년도 선발률 91.5%에서 5.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7500여 명을 뽑아야 하는 육군의 경우 5815명밖에 뽑지 못해 선발률이 평균보다 낮은 77.2%에 그쳤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부사관의 선발률이 떨어져 군 인력 운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부사관 전체 인원은 약 12만3000명으로 전체 군 병력의 24.7%를 차지한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서 수년 전 주한 미군 한 지휘관이 훈련 중 한국 부사관들의 숙달된 작전 능력에 감탄했던 사례를 들며 “부사관은 ‘군의 중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장관으로서 초급간부의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내 의무”라며 “여러분이 택한 군이다. 10년 뒤 여러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장관과 여러분 모두 함께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초급 간부 지원율이 하락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단기복무장려금을 6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주택 수당도 현실화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