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야간에 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평안남도 강서군의 인공 호수인 태성호를 중심으로 조성된 ‘평양골프장’ 일대에서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관광 목적으로 만든 골프 시설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원점 탐지와 타격을 피하기 위해 호수 골프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시다발로 발사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발사는 미사일 사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경기 일대 공군 기지 등 수도권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이 전날(9일)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의 ‘신형전술유도무기’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 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북한의 화성포병부대는 호수 중앙으로 길죽하게 튀어나온 지형에서 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사 전문가인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주변 지형지물을 보면 발사지는 평안남도 강서군의 관개용 인공호수인 ‘태성호’”라면서 “한미 군이 발사 원점을 특정하지 못하게 호수 가운데로 발사대를 옮겨 기습 발사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태성호는 관개용으로 만든 인공호수지만 주변에 이른바 ‘체육기지’로 골프장이 조성돼 있다. 통일부 자료 등을 보면, 이 골프장은 이름이 ‘평양 골프장’으로 태성호를 끼고 약 7km 구간에 펼쳐져 있다. 부지 면적은 120만 ㎡이다. 평양골프장은 재일 조총련계 상공인들의 지원으로 1982년 6월 착공해 1987년 4월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해 개장했다. 북한이 골프장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며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북 통신은 “김정은이 서부전선 방면의 ‘적’(남) 작전비행장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 관하 제8화력습격중대의 실전대응 태세를 판정 검열했다”고 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비행장 등 우리의 전략 기지를 겨눈 공격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표현한 ‘신형전술유도무기’는 고체 연료 기반의 신형 SRBM으로 평가된다. 액체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으므로 단기간 발사 준비를 해 기습 공격을 할 수 있어 요격하기가 까다롭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 미사일 발사 지점이 남포 일대라고만 해 태성호라고 특정하지는 못했다.
특히 북한이 방사포를 최전방에 집중 배치된 장사정포와 섞어 쏘면 현실적으로 요격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비교 분석했을 때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도 ‘6발 동시 발사’를 최소 2차례에 걸쳐 실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시간에 12발의 미사일을 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요격이 어려운 핵미사일로 유사시 한국 내 주요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공개 협박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 좌파 진영은 북핵은 ‘대미 협상용’ ‘한국 겨냥이 아니다’라고 해왔지만 최근 북한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핵 협박하는 것이다.
북한이 방사포에 탑재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신 국장은 “그간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했기 때문에 전술 핵탄두 탑재 방사포 완성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한반도를 겨냥한 전술핵 위협이 현실화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