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0일 다음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관련 “복합 위기 시대에 가까운 이웃인 한일 협력 강화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며 “(다음주 방문이) 갈등과 반목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기회의 창을 연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에 대해 “여론 반응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시민단체 주장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조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을 상대로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강제 징용 해법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조 차관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과 국격에 걸맞는 대승적 결단이자 우리의 주도적 해결 방안”이라며 “10년 이상 방치해온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보듬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또 16~17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이 경제 안보, 인적 교류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과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들이 일부 공개된 가운데,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반 여론의 반응을 그 정도로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일부의 법률 대리인이 ‘피해자 15명 중 4명만이 해법에 찬성한다’고 주장한 것 관련 “숫자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시민단체에서 말씀하신 숫자보다 많이 지급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현재 판결금 재원 조성과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개별 접촉에 나선 상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기여 관련 “양국 경제계가 논의하고 있는 가칭 미래기금에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판결금을 지급하게 될 행안부 재단에 대한 직접 기부를 놓고는 “문이 열려있지만 단기간에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고 장기적인 기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이 3권 분립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시가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려는 취지”라며 “외교적 해법으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필요성에 따라 법률 검토 거쳐 제3자 변제로 판결을 이행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 강화 추세에 대한 중국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일 협력은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 중국에 대한 적대 의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현지 한국 기업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고 미래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일본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제로섬’처럼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 모색에 대해서는 “우리 대통령들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며 “시 주석의 방한(訪韓)을 기대하고 있다. 금년 안에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중 간 긴밀히 추진할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