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대통령실이 14일 밝혔다. 윤 대통령은 17일엔 일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고 재계 인사들이 개최하는 행사에도 참석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계기로 양국 정상 외교를 복원해 미래를 향한 양국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 또한 올여름에 방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2.11.14/뉴스1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방일이 “12년간 중단된 양자 정상 방문(셔틀 외교)을 재개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1박 2일 도쿄 방문 일정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첫 일정으로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이어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공식 만찬을 한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 이행과 후속 조치 등을 포함한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문재인 정부 때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확정 이후 불거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해제 문제와 조건부 연장 상태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확산을 멈춤과 동시에 미래를 위해 양국 협력을 복원하자는 데 기시다 총리와 합의를 이루려 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지금도) 잘 작동되고 있지만, 형식적 측면에서 지난 정부가 중단과 (이를) 보류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지소미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일본의 수출 규제도 절차적 문제만 남았을 뿐 곧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 최고경영자 초청 오찬에서 사회를 맡은 개그맨 허경환(허닭 대표이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통해 구조적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7일에는 한일의원연맹과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일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고, 양국 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선 한일을 대표하는 경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소속 기업들이 윤 대통령 방문에 맞춰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 방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후엔 게이오대(慶應大)에서 일본인 대학생과 한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강연한다. 김성한 실장은 “윤 대통령은 강연에서 미래 한일 관계의 주역들을 격려하고 양국 교류 협력 확대를 위한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 또한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의 이후인 7~9월쯤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16일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셔틀 외교’ 재개를 확인할 방침이다. 교도통신은 이 같은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 검토에 대해 “이번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셔틀 외교를 재개해서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셔틀 외교가 재개되면 2011년 이후 약 12년 만이 된다.

다만 교도통신은 “한국 내에서 소송의 일부 원고가 해결책 수용을 거부하고 있고,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 실현에는 우여곡절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