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16일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10억원(1억엔)씩 출연해 세운 각 법인(기금)이 청소년 교류, 환경·기후 변화,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인 만큼, 재계가 나서서 민간 협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기금은 구체적인 사업이 정해지면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게이단렌 회장은 이날 오후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일이 연계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길을 확고히 하기 위해 공동 사업을 실시하고 각각 기금을 창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이날 한일이 협력해 대처할 수 있는 과제로 국제질서 유지·강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경제 안보, 디지털 전환, 저출산·고령화 등을 꼽았다. 또 “기금을 통해 한일 미래에 대한 연구와 젊은 인재들 간 교류를 더 확대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도쿠라 회장은 우리 정부의 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한일은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고, 이것(기금)은 한일 관계가 나아가기 위한 큰 걸음”이라고 했다.
각 기금은 두 단체가 출연하는 10억원을 밑천으로 시작하고, 협의 중인 사업들이 구체화하는 대로 기업 기부를 받아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김 회장 대행은 “이번 출연은 기금을 설립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징용 문제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게이단렌 회원사로 회비를 내기 때문에 ‘간접 배상’과 같은 효과가 있다. 다만 도쿠라 회장은 ‘기금 확대 과정에서 두 기업에 참여를 권유할 것인가’란 질문에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향후 두 기업의 직접적인 기금 참여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