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찬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공식 방문 중에는 대우가 가장 간소한 ‘실무 방문’으로 일본에 왔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례적으로 2차를 하며 환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7시 40분부터 도쿄 긴자에 있는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 ‘요시자와(吉澤)’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마친 두 정상은 이후 128년 된 노포 ‘렌가테이(煉瓦亭)’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자리에 앉았고 식당 측에서 맥주 1잔씩을 테이블로 가져왔다. 일본산 ‘에비스’ 맥주였다고 한다.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양국 참모 여럿이 식당 안에 머문 상태에서 두 정상은 건배하고 맥주를 마셨다. 기시다 총리는 몇 모금 나눠 마셨고, 윤 대통령은 한 번에 잔을 비웠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첫 잔은 한 번에 비우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나눠 마시는 식”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넥타이를 풀고 오므라이스, 돈가스, 햄버그스테이크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등이 화제에 올랐다. 대화가 무르익자 한국산 소주 ‘진로이즈백’도 상에 올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화합을 다지는 자리이니 만큼 양국 술을 두 정상이 한 번씩 마셔보자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역구인 히로시마산 고구마 소주 ‘가모쓰루(賀茂鶴)’를 꺼냈다고 한다.
앞서 부부 동반 만찬에는 일본산 흑우 마쓰사카우시를 쓴 스키야키 코스 요리가 나왔다. 이 소고기는 일본에선 ‘소고기의 예술품’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라는 이나니와 우동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친교 자리에서 “내 임기 중에 한일 관계를 가장 좋게 만들고 싶다. 정말 잘해보자”고 했고, 기시다 총리도 신뢰와 우의를 위해 소통을 계속 이어가자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솔직한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마음)가 다른 일본 문화에서 솔직함을 언급한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