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한일 관계 해법에 대해 설명하는 데 20여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그간의 고뇌를 토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시작하면서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발언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에 대한 강한 열망과 불굴의 리더십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라고 소개한 뒤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복원되듯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면서 “당시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 대통령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한일 국교 정상화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우리의 자세와 각오에 달려있다’면서 끝내 한일 국교 정상화라는 과업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삼성, 현대, LG,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는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한 것에 대해 “부침을 거듭하던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일본 방문 연설에서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식민 지배 35년간이었다”며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던 발언을 윤 대통령이 인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