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21일 탄도미사일 및 인공위성 개발에 사용되는 77개 품목에 대해 독자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대북 제재이며, 인공위성 분야에서 대북 맞춤형 제재를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처음이다.
외교부는 21일 “우리 정부는 대북 수출통제 조치의 일환으로 국제사회 최초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에 대응해 ‘인공위성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watch-list)’ 목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목록에는 위성항법장치(GPS), 안테나, 태양전지판, 자세제어 장치 등 인공위성 개발에 사용되는 77개 품목이 포함됐다. 모두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에 사용되는 품목들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군사위성 개발을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오는 4월까지 준비를 마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인공위성과 장거리탄도미사일은 자세제어 장치 등 부품이 혼용되는 게 많다”며 “국제 통제가 잘되면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도 제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에서 직접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작성한 제재 대상 품목의 거래 금지를 미국, 일본 등 우방국에 요청할 수 있고 우방국도 독자 제재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관여한 개인 4명과 기관 6개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리영길 노동당 군정비서, 김수길 전 총정치국장과 IT 인력을 해외 파견해온 정성화 연변실버스타 경영자(CEO), 북한 자금세탁에 관여한 싱가포르 사업가 탄 위 벵(Tan Wee Beng) 등을 개인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다. 북한 권력기구인 중앙검찰소, 외화벌이에 동원된 베이징 숙박소, 조선 4·26 아동영화 촬영소, 철산무역, 북한 자금세탁에 관여한 싱가포르 기업 2곳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