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종료 하루 전인 지난 22일 함경북도 함흥에서 동해상으로 총 4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 국방위에서 밝혔다. 당일 경북 포항 근해에선 한미 연합 해상 훈련, 부산 해군 기지에선 미 상륙함의 입항식이 진행됐다. 북한이 이를 겨냥해 도발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언제 어디서 쏠지 모르는 북 미사일

이번 순항미사일은 해안가 거북 등껍질 형상의 바위 절벽인 ‘귀경대(또는 구경대)’ 인근에서 발사됐다. 북한은 사흘 전인 19일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인근 야산에서 땅속에 설치한 사일로(silo·발사관)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는데, 이번에는 해안 절벽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이 탐지와 요격을 피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 쏠지 예측하기 어렵게 미사일 발사 위치·방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전투기 등 공중 전력이 한미에 절대적 열세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전 지역을 미사일 요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미사일 플랫폼(투발 수단)은 차륜 이동식 발사대(TEL)다. 북한은 미 정찰 자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기동성을 갖춘 TEL을 20여 년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초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군사전문인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약 200대의 TEL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 감시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가짜 TEL도 운용 중이다. 지난 16일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때도 평양 순안 비행장 활주로에서 TEL을 이용했다.

북한은 차륜 TEL에 이어 2021년 ‘열차 발사대’도 개발에 성공했다. 북한 전 지역에 뻗어있는 철도의 산악 터널에 숨어 있다 나와 기습적으로 정차해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이는 도로 위주였던 한미의 미사일 감시 체계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1월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미사일을 철로 위 열차에서 발사하는 데 재차 성공하며 ‘열차 발사대’의 성능을 과시했다.

북한은 최근 저수지, 관광 휴양지인 골프장 호숫가에서도 미사일 발사를 했다. 지난해 9월 평안북도 태천 저수지에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평안남도 강서군 평양골프장 인공호숫가에서 SRBM을 쐈다. 통상 바다에서 쏘는 SLBM을 내륙 저수지에서 발사한다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저수지 발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 전역에는 1700여 개의 인공호수가 있어 앞으로도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산속 사일로에서 SRBM을 발사하기도 했다. 일반 고정식 발사대는 발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산악 지형을 이용해 땅속에 사일로 발사대를 매설한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한미의 감시망에 피로도를 가중시키려는 의도가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탐지·요격망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방식과 발사 지역을 속속 개발하면서 한국군의 북 핵·미사일 대응책인 3축 체계 중 2축이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선제 원점 타격인 킬 체인과 공중 요격인 미사일방어가 뚫릴 위기라는 것이다. 다만 군 관계자는 “현 한미 방어 체계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면서 “3축 체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