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지난 13~23일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방패(프리덤쉴드·FS)’ 기간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사대를 경북 성주 기지 밖으로 전개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고 24일 밝혔다. 발사대 전개 훈련은 2017년 사드가 성주 기지에 배치된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지지부진했던 사드 기지 정상화 절차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만큼 대북 방공망 강화 필요성도 시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은 성주 기지에 배치된 발사대를 기지 밖 수십㎞ 떨어진 장소로 이동시켜 기지 내 통제소의 원격조종을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발사대는 적진에 전진 배치됐을 때 방어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성주 기지의 발사대는 통제소와 유선으로만 연결돼 있어 원격조종을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사드의 요격 범위(약 200㎞)에 서울 등 수도권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성주 기지 인력·물자 지상 수송을 보장하고, 그해 10월 원격조종 장비가 반입되면서 이번 훈련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확한 훈련 기간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성주 사드 포대는 총 6개의 발사대로 구성돼 있는데, 미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엔 사드 발사 차량 1대가 수풀이 우거진 야지에 배치돼 경계 감시를 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현지 주민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FS 연합연습 이틀째인 15일쯤 성주 기지에 배치된 원격 발사대를 기지 밖으로 이동시켜 훈련한 뒤 지난 23일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날 공동보도문에서 “이번 훈련을 통해 사드체계의 방어 범위를 조정할 폭넓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이 태평양 괌에서 운영하는 원격 발사대도 사드 기지에서 약 70㎞ 떨어진 섬에 설치돼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새로운 레이더를 들여오지 않고도 발사대만 더 들여오면 다양한 곳에서 원격 발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드의 방어 범위가 더 확장됐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이번에 사드와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의 통합 운용 훈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성주 사드 레이더의 유효 탐지 거리는 600~800㎞(최대 탐지 거리 약 1000㎞)인 반면, 패트리엇 레이더는 최대 100~170㎞ 수준이다.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가 사드 레이더를 활용하면 북 미사일을 좀 더 멀리서 빨리 포착할 수 있어 요격 대응 시간을 벌게 된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는 “어떠한 위협이나 적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상시임전태세) 수준의 준비태세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사드 포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17년 성주 기지에 임시 배치됐으나 일부 주민과 좌파 단체 등의 반대로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기지 정상화 절차에 돌입해 지난해 9월 성주 기지 내 인력·물자 지상 수송을 보장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말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종료할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종료되면 주한미군은 제약 없이 기지 시설 구축에 나설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