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과 독도에 대해 기존보다 후퇴한 내용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檢定)을 승인하고 주중에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정부는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강력 항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로 조성된 한일 간 화해 무드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올해 3월 초등학교 3~6학년 사회 교과서 10여 종에 대한 검정을 실시한 결과, 강제 징용 관련 기술에서 강제성 부분이 삭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검정 당시 들어 있던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와 광산 등의 노동에 종사시켰다”라는 문구가 강제성을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조선인 전시(戰時) 노동은 강제 연행이나 강제 노동이 아니다’라는 각의(閣議·국무회의) 결정을 내려 교과서 검정 기준으로 삼았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영토’라는 기존 표현을 ‘일본의 고유 영토’ 등으로 강화하고, 지도 표시를 통해 ‘한국의 불법 점거’를 강조하는 식으로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본은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오랜 기간 이 지역에 대한 분쟁화를 시도해 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일희일비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교과서 검정 내용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당연히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또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일본 측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교과서 문제가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교과서 문제가 불거져 국내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관계 복원은 그대로 추진하되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